TEXT 썸네일형 리스트형 [월간솔부 9월 호] HELLO DOCTOR? 上 [최한솔 X 부승관] HELLO DOCTOR? 上 월의 중순과 막바지의 경계에 걸쳐있는 요즈음. 벌써 지나간 입춘이 무색하게 더운 날씨는 아무래도 죽어보란 심산이지 싶다.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오늘도 있는 힘껏 열을 내뿜는 태양이 오늘따라 얄궂다. 조금이나마 더위를 무찔러보고자 입에 물고 온 아이스크림은 맥없이 녹아 툭툭, 아스팔트 바닥에 원들을 만든다. 더 녹아 손에 묻기 전에 입 안에 쑥, 밀어 넣은 승관은 길거리에 보이는 쓰레기통에 막대기를 던지곤 손을 탈탈 털었다.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덥네. 무심결에 열었던 창문으로 훅 들어오던 열기에 놀라 찾아 입은 민소매가 무색해졌다. 땀에 젖은 앞머리는 집에서 곱게 빗고 나온 형태를 잃은 지 오래고. 더위에 지쳐 머리에 신경 쓸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은 탓에.. 더보기 [솔부] 비가 오는 거리에서 잠 든다 [최한솔 X 부승관] 비가 오는 거리에서 잠 든다 여름의 더위가 거세질 무렵 찾아오는 장마가 좋았다. 비 오는 날이 죽을 만큼 싫으면서도, 또 간절하게 비를 기다리곤 했다. 토독, 창문을 두드려오는 빗소리를 듣자마자 얇은 가디건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. 이번 주부터 장마라던 기상 예보가 들어맞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. 익숙하게 집 앞의 공원으로 향한 승관은 평소엔 어르신들이 앉아계시던 정자로 가 자리를 잡았다. 급한 마음에 빨리 걸었더니 앞머리가 흐트러져 벌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빗물이 들어왔다. 승관은 아무렇게나 빗물을 털어낸 다음 머리카락을 조금 털어 모양새를 정리했다. 잘 보여야지. 오랜만에 보는 얼굴인데. 공원에 도착한 지 30분쯤이 지났을까. 비는 점점 거세져 공원 놀이터의 흙을 흠뻑 적셨다. 색.. 더보기 [솔부] 우연이 모여서 [최한솔 X 부승관] 우연이 모여서 "먼저 들어가 볼게요." "최 대리님, 오늘도 운동 가세요?" "아, 네. 매일 가는 거라서." "어머. 성실하셔라." 내 성실이 너랑 뭔 관련이 있냐. 오늘도 어김없이 살랑이는 여사원의 꼬리 짓을 가볍게 무시한 한솔은 고개를 대충 까닥이곤 회사를 벗어났다. 별로 귀엽지 않은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봤자 사회생활에 좋을 게 없음을 알기에 오늘도 튀어 나오려던 뾰족한 말을 삼킨다. 운 좋게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던 해에 대기업에 합격했다. 더 이상 부모님 용돈을 안 받아도 된다는 기쁨과, 남들은 몇 년이나 준비하는 취업을 반년 만에 해낸 것이 기뻤다. 퇴근 후의 여가시간과 주말의 빈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것이 아까워 다니기 시작한 헬스는, 몇 번 옮기긴 했어도 꾸준히 다니는 .. 더보기 [월간솔부 8월 호] 손 깍지 下 [최한솔 X 부승관] 손 깍지 下 고백을 해야겠다, 하고 마음을 먹는 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. 감정을 자각한 후 몰려온 혼란스러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서히 잦아들었다. 그 후 자연스레 들었던 생각은 ‘아… 말해야겠구나.’ 였다. 입 밖에 내고 나면 녀석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크긴 했으나, 이대로 속이며 지낼 수 없다는 마음이 더 컸다. 원래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 크게 한 몫 하기도 했고…. 아무래도 들키는 것 보다야 먼저 말하는 게 낫지 않은가 싶어서. 그리고 자신은 누구랑은 다르게 오래 속앓이 할 성격도 못 되니까. “아이고오…….” 앓는 소리를 내며 책장을 넘기자 샤프 자국들로 지저분한 종이들이 맥없이 넘어갔다. 공부를 할 때만큼은 잡념을 잊을 수 있어서 좋았다. 복잡하.. 더보기 [월간솔부 8월 호] 손 깍지 中 [최한솔 X 부승관] 손 깍지 中 고등학교 시절의 묘미는 연애라고 할 수 있지 않나. 그것을 빌미 삼아 주변의 사내놈들은 수시로 여자 친구를 갈아치웠다. 어제는 걔, 오늘은 얘…. 그런 가당치도 않은 연애 놀음에서 한솔과 승관은 약간 동떨어져 있었다. 왜 연애를 안 하냐는 물음을 받을 때면, 승관은 연애에 별 다른 흥미가 없다 대답했고, 한솔은 그냥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며 어깨를 으쓱여보였다. 많게는 일주일에 한 번, 적어봐야 이주에 한 번 고백을 받는 녀석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.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은 없었으나, 고백이란 것은 두어 번 받아본 적이 있다. 한 번은 말로만 듣던 러브레터를 받아보았고, 또 한 번은 문자로 받아보았다. 살면서 러브레터라는 것도 받아보는 구나. 종이에 실린 마음을 .. 더보기 [월간솔부 8월 호] 손 깍지 上 [최한솔 X 부승관] 손 깍지 上 하암. 의미 없는 하품이 반복되길 예닐곱 번. 아직 조례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어쩌나 싶다. 새벽녘이 방 안에 스밀 무렵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이후로 하품을 몇 번이나 한 건지. 그 수를 헤아려볼까 싶어 의미 없이 손가락을 접어내리다 말고 다시금 쩌억. 아무래도 오늘 하루종일 이 상태일 것 같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엄습한다. 큰일 났네. 공부해야 되는데. “잠 못 잤어?” “어엉… 조금.” 오늘 시간표 진짜 별론데, 잠 좀 푹 자고 오지 그랬어. 옆에서 자신을 걱정 어린 눈빛으로 봐주는 이는 제일 친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친구다. 1학년 때 같은 반이 되어 친해지게 됐다가 2학년 때는 아쉽게 다른 반으로 갈리고. 그러다 3학년이 되어 다시 같은 반을 하게 .. 더보기 이전 1 다음